오늘은 오랜만에(?) 같이 알바했던 친구들을 만났다. 경기도민에게 잠실이란,,, 가는 데만 약 2시간, 왕복은 약 4시간이 걸리는 곳으로 웬만해서는 가지 않는 곳이지만(알바한 곳도 잠실이기는 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이라 기꺼이 길에 4시간 흘리기를 허용했다.
가는 길에는 책을 읽었다. 제목이 없는 책이었는데, 젊은 작가 5인의 '가장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단편집이었다. 엄마가 예스24에서 책을 사고 사은품으로 받았다고 한다. 총 3권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다른 책들은 아직 안 펼쳐봐서 잘 모르겠지만 아마 다른 주제로 쓰인 책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각 책별로 작가가 다르다. 제목이 없어 그 어떤 것도 예상할 수 없던 세 권의 책 중 한 권을 택한 이유는 책 뒷 편에 있는 박상영 작가의 이름 때문이었다. 최근에 가장 재미있게 읽은 <대도시의 사랑법>을 쓴 작가님이다. 책을 펼쳐 마주한 가장 처음으로 마주한 단편이 마침 박상영 작가님의 단편이었는데, 문체가, 하나의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이 여전히 좋았다. 왠지 박상영 작가님에게 빠져버린 것 같다. 물론 다른 단편들도 모두 재미있었다. 작가님들마다 다른 글쓰기 스타일을 보는 재미가 있는 책이었다. 조만간 여유될 때 이 책에 대해서도 감상을 남겨야지 ㅎㅎ
정신이 없어 이어폰은 미처 챙기지 못했지만, 책을 챙기기는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리가 워낙 멀어서 책 한 권을 다 읽고도 갈 길이 절반이나 남아있어 잠시 절망하기는 했다. 책을 다 읽은 후에는 주말이라 그런지 오전에도 앉을 자리가 없는 2호선의 번잡함을 가만히 느끼며 목적지로 향했다.
우리 네 명은 영화 <청설>을 봤다. 나는 보면서 눈물도 또륵또륵 흘렸는데, 친구들은 눈물이 날 정도는 아니었다고 했다. 내 감수성이 유독 풍부한 건가.. 영화를 본 후에는 잠실 롯데월드 타워의 서점을 구경했다. 얇은 비닐로 쌓여 있는, 혹은 높은 곳에 꽂혀 있어 손이 닿지 않는 책들의 제목을 보며 내용을 상상해보았다. 최근에 되게 읽고 싶었는데 책을 보유한 모든 도서관에서 대출 중이길래 미뤄두었다가 그대로 잊힌 책이 그곳에 있었다. 예약 대기를 걸어두고 조만간 꼭 읽어봐야겠다. 집 밖으로 잘 안 나가기는 하지만, 나갈 때면 책 한 권씩을 들고 나가 읽어야겠다. 나에게 있어 서울로의 외출은 최소 2시간의 독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이다. 이 기회들을 이용해 바쁘더라도 독서를 꾸준히 해야겠다.
저녁은 월드타워에서 나와 석촌호수를 끼고 석촌호수 카페거리 쪽까지 걸어간 후 근처에 있는 라멘 가게에서 먹었다. 오랜만에 라멘을 먹으니 맛있었다. 솔직히 음식 자체가 아주 맛있었다기 보다는 오랜만에 먹는 라멘이라는 사실이 맛있게 느끼게 만들어주었다. 밥을 먹은 후 너무너무 배가 불렀지만, 카페로 가서 디저트도 먹었다. 카페를 웨이팅을 해서 들어간 건 아마 처음인 것 같다. 친구들과의 만남이 오랜만이라 그런지, 카페를 웨이팅하며 거니느라 에너지를 소진해서 그런지 카페에서는 나의 에너지가 약 20프로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도 최대한 에너지를 끌어올려 분위기를 가라앉지 않게 만들기 위해 나름대로 애썼다. (이 만남이 재미없었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늘의 만남을 기념하며 사진까지 찍었을 때, 나는 집이 너무너무 가고 싶었다. (사실은 카페에서 머무른 시간이 1시간이 지났을 시점부터..) 또 다시 2시간을 걸려 집을 갈 생각에 너무 막막했다. 내가 사는 동네는 교통편이 좋지 않아 버스가 잘 다니지도 않을 뿐더러 차도 일찍 끊긴다. 주말이면 막차 시간은 평일보다 좀 더 앞당겨진다. 빨리 집에 가 쉬고 싶기도 했고, 막차를 놓칠까봐 불안해서 친구들이 뒤에서 떠들던말던 혼자서 빠르게 걸었다. 그러나 혼자서 그대로 집에 가버릴 순 없었다. 우리의 모임이 아직 공식적으로 종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계속 핸드폰으로 시계를 보며 빠르게 앞서 걷다가 친구들이 올 때까지 멈춰서 기다리고, 또 빠르게 걷기를 반복하다보니 다시 월드타워로 돌아와 있었다. '드디어 집에 가는건가..?' 하고 있는데, 친구들이 화장실을 들렀다 가자고 했다. 종일 화장실을 한 번도 가지 않았기도 하고 긴 시간 집에 가려면 비우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 화장실을 다녀왔다.
'이제 진짜 집에 가는 건가?' 하고 2호선을 향해 걷고 있던 중, 한 친구가 스웨덴 젤리 팝업을 가고 싶다고 했다. 스웨덴 젤리 팝업은 우리가 걸어온 길의 시작점 쪽에 있었다. 다른 친구들은 흔쾌히 되돌아가자고 했다. 거기서 눈치없게 '나는 여기서 집 갈게'라는 말이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결국 다함께 되돌아가 스웨덴 젤리를 구매했다. 스웨덴 젤리는 비쌌고, 달았고, 치아에 정말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나는 친구가 산 걸 한 두 개 나눠먹은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역으로 향했고, 오늘의 모임을 공식적으로 끝냈다. 출발 시간이 조금만 더 늦었다면 하루를 지나 집에 도착했을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오늘이 가기 전에 집으로 돌아왔다. 몸은 녹초가 되었지만, 이들과의 만남은 즐거웠다. 다음 번에는 좀 더 가까운 곳에서의 만남을 제안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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