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는(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대체로 무기력하고, 우울했다. 아침이면 눈을 뜨기가 힘들었고, 눈을 떠서도 다시 자고 싶었다. 어떠한 욕구도 생기지가 않았다. 굳이 따지자면 수면욕이 온몸을 지배한 것 같았다. 어느 날은 점심 때부터 저녁 때까지 계속 잤다. 그날은 아침에 눈을 뜬 이래로 그때까지 방에 불을 단 한 번도 켜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집, 캄캄한 내 방 안에서 긴 시간의 잠에서 깨어났을 때 든 생각은 '그냥 영원히 자고 싶다'였다. 몸이 너무 무거웠다. 웬만한 의지로는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 아무런 생각도, 행동도 하고 싶지 않았다. 나에게 퇴근하며 사온 빵을 맛보라는 아빠의 말도, 밥 거르지 말고 잘 챙겨먹으라는 엄마의 걱정어린 카톡도, 친한 친구의 잘 풀려가는 취준 소식도, 남자친구의 칭얼거림도 모두 듣기가 힘들었다. 어떤 수단으로도 나에게 걸어오는 말들이 나를 짓누르는 것만 같았다. 아무것도 볼 수 없고, 아무것도 들을 수 없는 곳으로 혼자 떠나버리고 싶었다. 해야할 일은 산더미인데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자고로 어른이라면 하기 싫은 것도 해야 한다고들 하는데, 난 어른이고 싶지 않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흐르지 못하면 난 그대로 고여버릴 것이다. 기계가 되고 싶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주어진 일을 자동적으로 하는 기계가 되고 싶다. 생각이라는 것을 하기가 싫다. 멈추면 어떻게든 주어진 일을 하도록 누군가 고쳐주었으면 좋겠다. 눈앞에 가득 쌓인 할 일이 내가 넘을 수 없을 것만 같은 높은 산으로 보인다. 나는 지금 그 산을 넘을 용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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